채권은 안전하다?
대부분 주식은 위험하고 채권은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무위험 채권으로 분류되는 국채는 절대 손실이 발생할 수 없는 상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소보린 리스크(sovereign risk), 즉 국가의 부도와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절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 국가가 발행(보증)한 국채는 손실 가능성이 없는 무위험 채권으로 인정받습니다.
채권형펀드의 손실
하지만 현재 회사채펀드 뿐만 아니라 국채를 주 투자대상으로 하는 많은 채권형펀드에서도 상당한 손실이 발생 중입니다.
아래는 삼성자산운용에서 운용하고 있는 삼성ABF 코리아 장기채권 인덱스 펀드의 최근 3년간 수익률입니다. 21년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이후 한 때 -18%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고, `23년 4월 현재 수익률은 -7.91%입니다.
삼성ABF 코리아 장기채권 인덱스 펀드 |
코리아 장기채권이라는 이름처럼 해당 펀드가 가지고 있는 채권은 아래와 같은 국채가 90% 이상이고 나머지도 통안증권과 특수채, 금융채로 사실상 국채로만 운용되는 펀드입니다.
- 국고01250-2603(국고21-1) – 보유 비중 10.0%
- 국고03125-5209(국고22-9) – 보유 비중 4.5%
- 국고02375-2703(국고22-1) – 보유 비중 3.9%
* 채권이름의 -26, -52, -27은 해당 채권의 만기년도를 나타냅니다.
3년 전 이 펀드에 투자했다면 작년 10월 경 -18% 수익률을 견뎠다 하더라도 아직 여전히 투자 원금의 -7.9%가 손실 나있는 상태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한국 국채의 손실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이 변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국채에 투자한 채권형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한 이유는 금리상승 때문입니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과거 금리가 오르기 전의 낮은 수준의 확정 금리로 발행된 기존 채권의 가치는 하락합니다. 반대로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 기존의 높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의 가치는 상승하게 됩니다.
- 금리상승 → 채권가격 하락
- 금리하락 → 채권가격 상승
아래는 한국 국채 10년 금리 그래프입니다. 예를 들어 2020년 중반에 발행된 10년 만기 국채는 당시 금리에 따라 대략 1.50% 수준의 금리로 발행되었을 것이고 이 채권을 가진 투자자는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매년 1.50%의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국채 10년 금리추이 |
하지만 현재 국채 10년 금리는 3.37% 까지 상승했습니다. 결국 기존 1.50%의 이자만 받는 채권의 가치는 금리상승 만큼 하락할 수 밖에 없고 만기가 많이 남은 채권일 수록 (1.50%의 낮은 이자를 받아야 하는 기간이 그만큼 많이 남았다는 의미입니다.) 가격의 하락 폭은 클 것입니다.
회사채 수익률 역시 국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회사채 펀드들도 수익률의 흐름은 대부분 앞에서 본 국채 펀드와 비슷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금리(이자율)와 채권가격간의 관계를 미국 경제학자인 말킬(B. G. Malkiel)이 다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말킬의 채권가격 정리)
1.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역의 관계이다.
2. (잔존)만기가 긴 채권이 만기가 짧은 채권보다 가격 변동폭이 크다.
3. 채권 수익률 변동에 따른 채권 가격의 변동폭은 만기가 길어질수록 증가하나 그 증가율은 체감한다.
4. (잔존)만기가 일정할 때 채권 수익률 하락으로 인한 가격 상승 폭은 같은 폭의 수익률 상승으로 인한 채권 가격 하락 폭보다 크다.
5. 표면 이자율이 높을수록 채권 가격 변동폭이 작다.
금리가 하락한다면 장기채권에, 금리 변동이 싫다면 만기매칭 채권ETF에 투자하자
거래 상대방이 파산하는 리스크를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채권은 금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됩니다. 문제는 금리도 주가 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금리를 전망할 수 있다는 가정을 두고 생각하면, 채권은 금리가 정점에서 하락할 때 잔존 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표면이자까지 고려한다면 표면이자율이 낮을 수록 금리하락 시 가격 상승 폭이 크고 세금 면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표면이자는 낮을 수록 좋습니다.
- 금리하락 시 : 만기가 긴 채권, 표면이자가 낮은 채권이 유리
개인들이 채권에 투자할 때는 채권 ETF나 채권형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때 장기채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는 펀드들이 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들입니다. 운용사 홈페이지에서 펀드에서 보유하고 있는 주요 채권의 종류와 잔존 만기, 그리고 펀드의 평균 듀레이션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듀레이션 :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채권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데 걸리는 시간으로 만기와 이자율에 의해 결정
불확실한 금리에 채권 가격이 영향 받는 것이 싫고 그래도 안전한 채권에 투자를 해야 한다면 만기가 아주 짧아 금리 변동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MMF나 펀드 만기와 채권 만기를 일치 시킨 만기매칭 채권형펀드(ETF)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만기매칭 채권형펀드(ETF)는 투자자가 직접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들고 가는 투자방식과 동일한 투자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주요 만기매칭형 ETF 현황 ]
- KODEX 23-12 은행채(AA+이상) 액티브 (삼성)
- KBSTAR 23-11 회사채(AA-이상) 액티브 (KB)
- TIGER 24-10 회사채(A+이상) 액티브 (미래에셋)
- ACE 23-12 회사채(AA-이상) 액티브 (한국투자)
- KODEX 23-12 국고채 액티브 (삼성)
- TIGER 25-10 회사채(A+이상) 액티브 (미래에셋)
손실 난 채권형 펀드, 계속 들고가면 원금을 회복할 수 있을까?
개인이 직접 채권을 투자한 경우라면 채권 발행자가 파산하지 않는 한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습니다. 낮은 금리가 아쉽더라도 원금을 받는 것에 만족하고 채권을 계속 보유하면 됩니다.
하지만 채권형 펀드는 펀드에서 목표한 평균 만기(듀레이션)을 유지하고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기 위해, 손실이 발생한 채권도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손실을 확정하고 다른 채권으로 교체매매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매니저의 운용 결과에 따라 손실의 회복 속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쨌든 펀드 내 보유 채권에서 이자가 꾸준히 발생되기 때문에 금리가 더 오르지만 않는다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느리지만 시간과 함께 회복됩니다.
그리고 주식만큼 금리 전망도 불확실하지만 현재 금리가 과거 대비 절대적으로 높은 구간에 위치해있다는 점과, 시장금리는 이미 일부 선반영을 하고 있지만 향후 기준금리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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