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 조건부자본증권(AT1) 전액 손실처리
얼마 전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하면서 기존 CS가 발행한 조건부자본증권(AT1)이 전액 손실처리 되었습니다. CS 주식 보유자는 22.48주당 UBS 1주라도 받아간 반면 조건부자본증권 채권자는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청산 시 주주보다 채권자가 우선 순위를 가진다는 상식에 비춰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번 조건부자본증권의 상각은 청산 과정의 일부가 아닌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합의된 신종자본증권의 계약조건이 현실화 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CS의 AT1 상각 처리로 적어도 당분간 유럽에선 AT1 채권 발행이 예전만큼 쉽게 되지 않을 분위기이고 관련 ETF 가격도 한 차례 급락한 상황입니다.
CS사태 이후 급락한 조건부자본증권 ETF (Invesco AT1 Capital Bond ETF) |
조건부자본증권,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AT1, 코코본드의 차이
조건부자본증권은 때로는 AT1, 코코본드, 신종자본증권, 후(후)순위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그 의미가 혼동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먼저 각각의 주요한 의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후순위채 : 기업의 일반적인 선순위 채권보다 상환 순위가 뒤에 있는 채권
- 신종자본증권 : 만기가 영구(30년 이상)적인 후순위채
- 조건부자본증권 : 발행자에 특정 사유가 발생 시 상각 등 강제 손실 처리 조건이 포함된 신종자본증권
- AT1 : Additional Tier1(바젤3 기준 기타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
- 코코본드 : Contingent convertible bond(조건이 발생하면 전환되는 채권)의 영어 약자
조건부자본증권의 발행이유
신종자본증권은 이론적으로 채권 만기가 영구적이기 때문에 발행 기업이 이자만 계속 지급하고 원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채권입니다. 채권이지만 주식 같은 증권이고 이름에 자본이 포함된 것처럼 회계적으로도 자본으로 인정받습니다. 후순위채 역시 만기 등 일정 조건 하에서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입니다.
금융기관 뿐 아니라 일반기업들도 부채 비율 등 재무 상태를 관리하면서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수단으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자본비율 관리가 더욱 엄격해야 할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바젤기준에 따라 자본으로 인정할 수 채권의 요건을 별도로 정하고 있고 그에 해당하는 것이 조건부자본증권입니다.
바젤3 규제자본 정리 (출처 : KB증권) |
구체적으로 바젤3 기준에서는 규제자본비율(BIS)을 보통주자본, 기타자본(Tier1), 보완자본(Tier2) 등으로 구분하고 각기 최소 충족 비율을 정하고 있습니다.
조건부자본증권이 기타 기본자본(Tier1)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영구적 만기와, 후순위 성격 외에도 금융기관이 어려워졌을 때 상각 또는 주식 전환 등의 발행자에게 유리한 자본적 성격이 추가적인 조건으로 붙어있어야만 합니다.
국내 조건부자본증권은 안전할까?
우리나라 금융기관들도 BIS비율 확충과 자금 조달을 위해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국내는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만 발행 되는데 일정 조건 시 이자 미지급과 별도로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 시 상각되는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만기도 없고 부실 금융기관 지정이 되면 원금도 못 돌려받는 이런 채권이 어떻게 발행되고 거래될 수 있을까요?
실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조건부자본증권은 발행 규모도 크고 비교적 낮은 금리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개인들도 증권사를 통해 리테일로 거래되는 조건부자본증권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27-03-이-영구5갑(신)(조건상각/콜/후) |
이론적인 만기는 영구적이지만 발행 금융기관이 5년 또는 10년 시점에 콜옵션 행사를 통해 중도상환을 해주고, 증권을 발행하는 국내 은행 및 금융지주의 재무상태가 좋아 부실 금융기관 지정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흥국생명에서 콜옵션 미행사를 선언, 콜 옵션 행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던 금융 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6일 만에 다시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으로 번복하고 마무리되었습니다.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흥국생명이 이를 스스로 철회하기까지 상황은 숨 가빴다. 흥국생명이 ‘자의 반 타의 반’ 콜옵션 행사 여부를 번복하게 만든 유례 없는 상황을 두고 시장에선 여전히 금융당국을 향한 아쉬움을 쏟아내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일 흥국생명은 싱가포르 거래소를 통해 이달 9일 돌아오는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공시했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신종자본증권은 부채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CS의 경우처럼 결정적일 때 그 위험성을 드러내기에 단순 발행사의 신용등급만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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