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국내 2차전지 대표 장비주인 피엔티가 주로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알려진 RCPS 발행을 공시했습니다. RCPS의 의미와 함께 발행기업과 투자자는 왜 RCPS를 발행하고 투자하는지, 상장기업의 경우 주가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피엔티 유상증자(상환전환우선주) 발행공시, 2023.4.5. |
RCPS | 상환전환우선주
RCPS는 Redeemable Shares and Convertible Shares의 약자로 상환(Redeemable)과 전환(Convertible) 조건이 있는 우선주(Preferred Shares)를 의미합니다. 상환, 전환, 우선주 이 세 가지 단어의 의미를 정리하면 RCPS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우선주(Preferred Shares)
우선주란 보통주 대비 의결권은 없지만 잔여재산 분배권과 배당권에서 우선하는 주식입니다. 삼성전자와 별도로 거래되고 있는 삼성전자우가 이러한 우선주의 하나입니다.
(2) 상환(Redeemable)
상환은 현금으로 투자금의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일반적으로는 RCPS에 투자한 투자자가 일정 조건 하에서 발행 회사에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만 발행회사가 상환 행사 권리를 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환 시 이자율 등 구체적인 상환조건은 RCPS 마다 틀리지만, 발행기업이 상환할 수 있는 재원(이익잉여금)이 있어야만 상환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콜옵션부 채권과는 분명한 차이를 가집니다.
그리고 상환의 권리를 발행자와 투자자 중 누가 갖는가는 RCPS를 자본과 부채로 분류할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3) 전환(Convertible)
전환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스타트업 기업이 향후 IPO를 할 때 기존 RCPS 투자자는 이를 보통주로 전환해서 매각함으로써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환조건은 우선주와 보통주를 1:1로 전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주가하락을 반영해 전환가액을 조정해주는 리픽싱 조건이 붙는 경우도 많습니다.
`23.5월 부터 (상환)전환우선주도 전환사채와 같이 리픽싱 가격범위를 70%로 제한하고, 주가상승 시 상환가액을 다시 상향조정 하도록 하는 등의 리픽싱 규제를 적용 받게 되었습니다. 리픽싱을 악용한 주가조정과 지분확대 등의 우려가 다소 줄어들었다 할 수 있습니다.
RCPS의 발행과 투자이유
아직 상환가능성이 충분하지 않는 스타트업 단계의 기업에 일반적인 사채 형태로 돈을 빌려주는 것은 리스크 대비 기대수익이 너무 낮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 투자를 주업으로 하는 벤처캐피탈(VC)의 경우 RCPS를 통한 투자가 대부분입니다.
평상시에는 우선주의 형태로 채권처럼 보유하다가 향후 기업이 성공했을 때 보통주 전환을 통해 큰 수익을 얻도록 보통주로의 전환조건을 부여하고, 주가하락이나 성과지표에 따른 전환가격 리픽싱 조항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 리픽싱 효과 : 예를 들어 전환가가 1000원에서 900원으로 줄어들면 그만큼 전환할 수 있는 주식 수가 증가합니다.
그리고 주가가 낮아 보통주 전환의 실효성이 낮다면 상환권 행사를 통해 원금을 회수하는 상환권이라는 안전장치도 추가합니다. 이처럼 리스크가 큰 기업에 대한 투자이기에 투자자는 전환, 상환, 우선 등의 조건을 붙여 기대수익과 안전성을 높이려고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회사채 등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의 경우 RCPS를 통해 보다 쉽게 초기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기대감 뿐인 스타트업 단계에선 돈을 빌려주는 VC나 PEF가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기업은 투자자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피엔티의 RCPS 발행과 주가영향
이처럼 RCPS는 기본적으로 투자자에게 유리한 상품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상장기업의 RCPS 발행은 지분율 희석을 동반하여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전환권 행사에 의한 발행주식 확대, 주가하락 시 리픽싱에 의한 발행주식 수 증가 등은 모두 주가의 부정적인 요인입니다.
그리고 ‘회사가 얼마나 어려우면 RCPS로 자금을 조달하겠어’ 라는 시선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점들은 모두 CB(전환사채) 발행이 주가에 호재가 되기 힘든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피엔티의 경우 증권사들이 RCPS 자체 보다는 필요 자금조달 성공에 초점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RCPS 발행 이후 피엔티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 소개기사 |
이는 RCPS발행 규모가 1,50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 대비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점과 부채비율이 높은 피엔티로서는 불가피한 자금조달 방법이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2차전지 시장상황을 고려 시 공격적인 증설이 기업가치에 더 보탬이 된다는 시장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피엔티 RCPS 발행공시(`23.4.5.) 이후 주가 추이 |
또 피엔티의 이번 RCPS의 경우 가격하락 사유에 의한 리픽싱 조건 제한, 상환권 발행회사 보유(5년 이후), 우선배당률 0.0%로 발행회사에 다소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된 측면도 있습니다. 그만큼 투자자는 향후 피엔티의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이미 증설을 위한 자금조달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알려진 상황에서 이번 RCPS 발행이 불확실성을 해소해주는 계기도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RCPS는 기업의 부채일까, 자본일까?
우선주 자체가 주식이지만 채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추가적으로 전환가격조정(리픽싱)과 상환권까지 있는 RCPS의 경우 자본과 부채 어느 하나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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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상장기업이 적용받는 IFRS기준으로는 리픽싱조건이 있거나 투자자에게 상환권이 있을 경우 부채로 보고 그 외의 경우만 자본으로 인정받습니다. 반면 K-GAPP회계 기준에서는 RCPS를 좀 더 폭넓게 자본으로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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